규제의 대분열, 한국 기업은 어디로?
글로벌 기업들의 DEI(다양성·공정성·포용성) 전략이 전례 없는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은 '반(反) DEI' 기류 속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반면, 유럽연합(EU)은 강력한 법제화로 규제를 강제하고 있다. 이 '규제의 대분열'은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선다. 같은 DEI 프로그램이 미국에서는 소송 리스크가 되고, EU에서는 법적 의무가 되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지역별로 완전히 다른 DEI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전략적 이중 구속' 상황에 직면했다. 더 복잡한 것은 이것이 일시적 혼란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6년을 기점으로 이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은 어느 한쪽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면서도 한국적 맥락을 반영하는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국 기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미국: 방어적 재편의 시대
2025년 3월, 미국 고용평등기회위원회(EEOC)와 법무부(DOJ)가 발표한 지침은 명확한 경고의 성격이 있다. 채용이나 승진에서 인종·성별이 '조금이라도' 결정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양성 확보라는 선의의 목적조차 법 위반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 지침이 위험한 이유는 그 포괄성에 있다. 명시적인 할당제는 물론이고, 동점자 선발 시 다양성을 고려하는 '타이브레이커' 정책, 특정 그룹만 참여할 수 있는 리더십 프로그램, 심지어 다양성 목표와 경영진 보상을 연계하는 것까지 모두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DEI 교육 자체도 차별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인종을 잠재적 가해자로 묘사하는 교육 내용이 '적대적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는 이유로 역차별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EEOC는 "역차별이라는 용어는 없다. 오직 차별만 존재할 뿐"이라며, 다수 집단(백인 남성)에 대한 차별도 동일하게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의 'DEI' 용어 사용이 98% 급감했고, 대신 '포용', '소속감', '인재 참여'라는 중립적 표현으로 대체되고 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의 기조 전환이다. SHRM은 'Equity(공정성)'를 삭제하고 다시 'Inclusion & Diversity'로 방향을 바꿨다. 결과의 평등보다 기회의 평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선언이었다.....(첨부파일을 통해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