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영상 / 칼럼

칼럼

[연재5] 비전 2020 이후 새로운 비번을 만드는 기업을 위한 Case Study_2020.02.22. 블로그

더밸류즈 2022.09.01 22:08

봄, 여름, 가을, 겨울 4시즌을 모두 겪어야 계절을 알고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고 여름은 찬란하며 가을은 결실을 거두고 겨울은 다시 준비하는 시기다. 봄에 결실을 거두려 해서는 안되고 여름에 준비하는 것도 맞지 않다. 비전 수립도 시즌 1,2,3,4가 있다. 시즌 1을 지난 기업이 비전 무용론을 말해서는 안된다. 경영자가 조직과 구성원에게 꿈꿀 기회를 주는 것은 역할이자 책임이다.

case1. 시즌 1을 지난 A기업

50년 역사의 A기업은 2013년 갑작스러운 창업경영자의 별세 후 신속하게 비전을 수립한 사례다. 맨주먹으로 시작하여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창업자의 부재는 자칫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 기업이 세운 비전은 '매출 1조, 기업가치 1조, 영업이익 10%'라는 목표를 달성하여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발전적인 기업이 되는 것이었다. 비전 수립 당시 지표는 매출 5천억, 기업가치 5천억, 영업이익 5% 선이었다. 7년 정도의 기한을 정하여 두 배 성장하는 큰 목표였다. 2019년 말 기준으로 매출 8천억, 기업가치 5천억, 영업이익 5% 수준에 있다. 2020년 연말까지 매출 1조 수준, 기업가치 5천억, 영업이익 5%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형은 커졌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고

실속도 없다. 어떻게 비전을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임직원 인터뷰에서

과연 정당한 평가일까?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여름, 가을의 찬란함과 결실을 찾는 격이다. 바이오 기업인 이 회사가 미래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신약개발'을 해야 한다. 만에 신종 바이어스 백신을 개발했다면 아마 기업가치는 1조 원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연구 역량과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초경쟁의 산업 특성상 규모를 확장하고 현금을 확보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된다. 영업이익률은 그대로 지만 영업이익은 2배 이상 확보하여 투자를 위한 현금을 확보한 성과가 있다. 이제 새로운 비전을 만든다면 미래가치를 높일 신약개발, 고부가가치, 글로벌 등 한 단계 높은 목표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case2. 시즌 2를 지난 B기업

70년을 바라보는 B기업은 오뚝이처럼 일어난 기업이다. 96년 재계 20위권까지 올라 다양한 산업 군에서 발군의 성과를 내던 중 IMF 사태 때 부도를 맞았다. 20여 개가 넘는 계열사 중 자동차 부품, 소재, 화학 등 주력 사업 8개로 재기를 노렸다. 2005년 화의를 벗어나며 비전 2010을 수립했다. 당시 1조 매출 규모를 3조 매출 규모로 세 배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이 기업은 2010년 3조 3천억을 달성했다. 갓 화의를 벗어나 정상화가 된 기업이 5년 만에 3배가 넘는 성장을 이룬 것이다. 자신감을 회복한 이 기업은 시즌 2 비전을 준비했다. 5년 3배 성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10년 6배 성장 비전을 수립했다. 비전 2020, 20조 달성. 2020년을 맞은 지금 이 기업은 5조 수준의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비전 기한의 절반인 2015년 즈음부터 비전 2020, 20조를 비공식적으로 지웠어요. 공식적인 자리에서 비전을 언급하는 리더는 없었습니다"

담당 부서 인터뷰에서

제대로 된 비전인가는 결과만 가지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알리바바의 광군제(11.11) 하루 매출이 2009년 82억에서 2019년 45조로 늘어난 것을 보면 10년의 기한을 두고 6배 성장하는 비전을 터무니없다고 얘기할 수도 없다. 문제는 중간 점검 시기인 2015년 근방에 비전 달성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10년 만에 3.3조에서 5조로 성장이 완만하기는 하지만 후퇴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10년의 시간 중에는 1조 규모의 적자 사업을 매각하여 수익성을 개선하기도 하였고 글로벌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도 성과를 냈다. 전체 임직원이 최선을 다해 만든 10년의 결과물이 결코 작지도 의미가 없지도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제 새로운 비전을 만든다면 지난 15년에 걸친 비전 수립과 달성의 노력을 어떻게 발전시켜 결실의 가을 시즌 3를 만들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성장이 둔화된 사업을 어떻게 유지하기 위한 기술력 문제,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찾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결실을 거둘 것인지, 직원들의 고령화와 경직된 조직문화를 어떻게 유연하고 성과지향적으로 바꿀 것인지, 어떻게 해야 젊은 조직으로 변신하여 100년을 이어갈 것인지 이루어야 할 과제와 목표가 너무나 많다.

case3. 시즌 3를 지난 C기업

60년 역사의 C기업은 5년에 한 번씩 비전을 3차례 수립한 기업이다. 45년 역사 동안 600억 수준의 연 매출을 한 기업이 7천억 기업으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2005년 처음으로 비전 2010을 수립했다. 매출 3천억 달성. 2010년 이 기업은 2천3백억을 달성한다. 그리고 비전 2015를 수립한다. 매출 5천억 달성. 2015년 이 기업은 5천억 매출을 달성한다. 그리고 비전 2020 1조 기업이 되자는 비전을 수립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7천억 수준으로 비전 목표에는 많이 미달한 상태다. 시즌 1, 2의 성과에 비해 시즌 3의 성과는 미진한 편이다. 물론 이 기업이 지지부진해지거나 퇴보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화학기업에서 에너지, 소재 기업으로 10년 동안 사업을 넓히고 각 영역에서 업계 1~2위 권으로 올라섰다.

끊임없이 높이 성과를 요구하는 조직문화에 피로감이 심합니다. 기존 직원들의 퇴직도 많았고 신규 입사자들이 조직에 정착하는 것이 힘들다고 합니다

HR 부서 인터뷰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거침없는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성과는 많았다. 글로벌 시장 안착, 사업 포트폴리오 안착, 지속적인 성장 흐름도 이어갔다. 동일한 시기 1천억이 넘던 동종사들은 대부분이 사업 규모가 축소되고 폐업한 회사도 제법 있다. 산업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제 이 회사의 비전은 시즌 4를 맞는다. 지금까지와 같이 또 성장 목표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조직을 한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 좋은 방향일지 검토가 필요하다.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해결과제가 존재한다. 이번 시즌 4 비전은 20년의 대장정을 성과적으로 마무리하며 이 기업의 미션처럼 '영속적으로 존재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될 것이다.

앞에 소개한 3개사는 비전 수립의 과정과 실행 면에서 업계 평균을 크게 초과하는 기업이다. 비전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실행하여 성과를 만들어낸 모범적인 기업들이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최고경영자가 비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리고 임원 등 리더그룹이 비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실행력이 강하다는 점도 차별성이 있다.

비전 2020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비전을 준비하는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수치화된 비전 목표에 현저히 미달하고 있는 결과에 대한 부담이다. 그리고 목표 미달의 원인이 대부분 비전 수립 이후 전 조직이 비전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실행력을 발휘하지 못한 데 있다.

비전 달성을 못한 것은 실행력이 부족한 때문이지

비전 수립이 의미가 없어서가 아니다

비전 수립을 처음 실행한 조직은 '시즌 1'을 마친 것이다. 미진하면 미진한 데로 솔직하게 평가하면 된다. '시즌 1'은 찬란한 성과와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많은 시기다. '시즌 2'는 '시즌 1'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지만 도전적인 큰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비전 수립에서 '시즌 2'는 '시즌 1'보다 해볼 만하다.

경영자와 리더가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만 않는다면

직원들은 잘 따르고 다시 함께 할 것이다


글.정진호소장(더밸류즈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


※ 이 글은 필자가 2020년 2월 22일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