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영상 / 칼럼

칼럼

왜 위기의식을 조장하는가? 퇴사 유도 vs 위기 극복

더밸류즈 2023.01.24 13:12
위기 상황에서는 위기의식을 조장해서는 안 되며, 위기 극복 의지를 고취시켜야 한다. 위기를 잘못된 방법으로 접근하면 없던 위기도 찾아온다.
​1.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연말에 세계대전망을 발표하고 전 세계에 책으로 발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2023년 세계대전망은 "예측 불가능이 뉴노멀"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베도스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은 콜린스 영어사전이 2022년 올해의 단어로 꼽은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영구적 위기)를 언급하며 그 근거로 국경의 불가침 원칙, 인플레이션의 한계, 대기업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화가 무너지는 현실을 제시하였다. 더 이상의 안전과 예측 가능성이 없는 시대가 된 것을 표현하는 단어가 '퍼머크라이시스'이다.
2. 위기의 시대를 사는 기업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한 해도 위기를 예기하지 않는 해가 없는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도 있지만 2023년의 위기의식은 과장된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이 여간 미덥지 않은 기업이 많다. 위기를 강조하기만 하면 위기 극복이 된다면 백 번, 천 번이라도 얘기해야 한다. 문제는 아무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해악마저 미치는 위기 대응은 제고해야 한다.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이 그것이다.
3. 기업이 구성원에게 위기의식을 갖게 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위기 극복이고 다른 한 가지는 퇴사 유도이다. 위기의식을 조장하면 직원들의 퇴사 행렬이 길어진다. 능력 있는 직원도 나가고 회사에 불만이 있는 직원도 나가고 이 회사에 오래 다닐 생각이 없는 직원들이 나가게 된다. 퇴사를 유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왜 위기인지 설명하지 않고 위기라는 말만 하면 된다. 위기를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은 근거 없이 위기를 증폭시킨다. 회사가 위기라고 말하니까 위기인 것 같은데,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놔두면 퇴사 유도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치사하게 이게 뭐임 ㅠ)
4. 반면에 위기 극복을 위한 위기의식 고취는 달라야 한다. 조직이 흔들리면 안 되고 모두가 단합하여 위기를 이겨내는 것이 목적이다. 위기 극복 의지를 고취시키려면 'three I'를 갖추어져야 한다. 1) Information(정보) : 왜 위기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소비침체, 과당경쟁, 성장 사이클 등 위기에는 그 회사에 영향을 주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원인을 알려줘야지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위기가 어디 있나? 물론, 근거를 제시하고 지금은 아니지만 위기 상황을 대비하자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다. 2) Influence(행동 메시지) : 회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부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시해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법인카드 한도 줄이고 급여 동결하는 것은 짜증만 유발한다. 이런 조치들은 회사가 하는 조치이고 부서와 구성원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행동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과거에는 이면지 사용하라고 해서 프린터 고장 나서 돈이 더 들어간 사례가 많이 있다) 3) Interest(위기 극복 후의 기대되는 모습) : 위기를 극복하면 우리 조직은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지? 구성원에게는 어떤 이익이 올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한도 끝도 없이 "무조건 참아라"라는 구성원을 긴장시키고 좌절하게 만드는 메시지다.
5. 그렇다면 위기 극복 의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교육부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교육은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행동 메시지를 정확히 제시할 수 있고 구성원들의 단합과 협력을 이끌 수 있는 아주 전통적이지만 좋은 방법이다. 추가하여, 조직문화 부서는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역할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조직문화는 구성원의 조직몰입, 조직 만족, 구성원 간의 지지, 연대, 협력, 구성원 개인의 생산성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긍정적 몰입과 관계 형성을 해야 하는 부서가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나쁘다.
글. 정진호 Ph.D.(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