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기업의 비전 수립에 참여했다. 2017년, 2019년에는 무려 20여 개 기업의 비전 수립에 참여했고 코로나로 대면 접촉이 어려운 2020년, 2021년에도 10여 개 기업의 비전 수립에 참여했다. 많은 기업이 비전을 수립한다는 것은 조직이 필요성을 느끼고 원한다는 것을 말한다. 조직이 원한다는 것은 구성원이 원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맞는 말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기성세대는 비전 수립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매진하여 성과를 거두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일하는 조직에서 공동의 목표 설정은 중요하고 효과적임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MZ세대는 어떨까? 비전 수립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면 MZ세대라고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MZ세대는 장기적 관점에서 참고 인내하면 나중에 좋아질 것이라는 관점을 좋아하지 않는다. 당장의 복지와 성과급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의 미래를 조직이 정해주고 따르라는 식으로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헛된 꿈을 심어주고 조직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이해한다. MZ세대는 자기가 생각해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정하고 자율적으로 그 길로 가는 것을 좋아한다. MZ세대에 대한 이런 생각은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보편적인 MZ세대의 특성을 정리한 것뿐이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MZ세대가 기성세대처럼(아닌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흔쾌히 비전 수립에 참여할 것 같지 않다. 만일에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흔쾌히 참여하는 척한다면 이건 더 문제다.
비전 수립을 시작할 때 공감대 형성을 위한 강의를 한다. 강의 시작은 지금 앞에 쓰여있는 얘기로 시작한다. 직원들이 비전 수립에 반발하거나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아도 이 얘기로 시작한다. 설득하거나 필요성을 강변하지도 않는다. 문제의식이 있을 수 있고 억지로 참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좋아서 참여할 수도 있다고 각자 느낄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다. 애플은 1976년 컴퓨터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비전으로 설립한 회사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애플컴퓨터였다. 지금 애플은 컴퓨터 회사가 아니다. 회사 이름에 '컴퓨터'도 떼어냈다.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고 2011년 앱 스토어를 통해 세계 1위가 된 회사다. 어쩌면 애플이 성장하던 시기보다 지금은 변화가 더 빠르고 미래를 예측하고 목표를 정해 그 길로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얘기도 언급한다. 그럼 이걸 왜하지? 이유가 있다. 우리 회사는 일을 하는 데 있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왔기 때문에 비전 수립은 자연스러운 방법론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이 문제도 인정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간도 10~20년으로 잡기 보다는 길게 보고 토론하되 5년 정도 변화도 이루고 구체성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자고 말한다. "이왕에 하기로 한 것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내가 묻고 내가 바로 답한다. 회사도 성장 발전하고 개인도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비전을 수립하고 방법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어 가자고 말한다. 어쩌면 예전 같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말과 절차가 들어간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였고 사람도 변했으니 이왕에 하는 일 제대로, 잘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싶다.
전문가(강사)의 말로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의 주제를 가지고 간단한 토론을 진행하면 된다.
비전 수립이 조직과 개인에게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이유는?
비전 수립이 조직과 개인에게 불필요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비전 수립 참여 전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좋다. 긍정점과 문제의식을 모두 수렴한 후 발전적으로 비전 수립을 추진하면 된다. 중간중간 구성원의 반응을 살펴 가면서 개선점은 바로바로 고쳐나가면서 진행하면 더욱 좋다.
글. 정진호 소장(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
※ 이 글은 필자가 2022년 2월 16일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