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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상하동욕자승'의 뜻을 아세요::비전의 힘_2017.01.08 블로그

더밸류즈 2022.09.01 20:58

지방에 강의를 가면 종종 회사 담당자가 마중을 나와 차를 태워주는 일이 있다. 

30여 분 처음 만난 사람과 단 둘이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며 대화를 나눴다. 내가 먼저 질문을 했다.


“올해 세운 목표가 있나요?” 

“추석연휴 때 유럽에 가족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멋진 계획인데요. 가족이 어떻게 되나요?”

“아내와 6살, 9살인 아들, 딸이 있어요. 그런데 아내가 반대할 것 같아 걱정이에요.”

“왜죠?”

“아내는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힘들 것도 같고요.”

“처음 가는 유럽여행은 보통 여러 나라를 한번에 가기 때문에 많이 걷고 힘들다고 하죠. 해외여행은 자주 다녔나요?”

“아니요. 이번이 처음이에요. 올해가 결혼 10주년이라 가족들을 위해 뭔가 해주고 싶어서요.”

“유럽은 돈이 좀 많이 드는데 준비를 해 두었나요?”

“월급쟁이가 어떻게 큰 돈을 저축해 두겠어요. 모아 놓은 돈과 일부는 은행에서 빌려서 가려고요.”

“아내와는 가기로 얘기를 해 두었나요?”

“아직이요. 우선 유럽 가는 것도 반대할 것 같고 게다가 대출도 받아야 해서 고민이에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유럽이 어른들처럼 멋진 여행지가 아닐 수도 있는데. 그리고 아내 분도 설득하기가 쉽지 않으면 오히려 휴양 개념으로 동남아를 가는게 좋을 수도 있겠는데요?”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곳이 나을 것 같아요. 유럽은 돈도 많이 빌려야 해서 부담도 되고요. 문제는 휴양여행을 좋아하는 아내가 반대하면 쉽지 않은데 해외여행을 가고는 싶거든요.”

“우선 아내의 동의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분위기를 잘 잡아서 자연스럽게 ‘yes’를 받아내는 게 중요하겠군요.”

“이번 설 때 맥주 한잔 하면서 얘기를 꺼내야겠어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람의 올해 목표와 계획을 함께 세운 즐거운 시간이었다. 올 추석은 10월 2일 월요일 하루 휴가를 내거나 회사 차원에서 휴무를 하면 10일 연휴가 된다. 아마도 대부분 회사는 10일 연휴를 주게 될 것이다. 올 추석은 미리 연휴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닥쳐서 뭔가 하기가 힘들 것 같다. 그리고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 막상 닥쳐서 여행을 갈라치면 이미 예약이 꽉 차있어 예약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 어쩌면 미리 계획하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비용의 몇 배를 들여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미리 여행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갈 때까지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한 즐거움도 누릴 수 없게 된다.

 

비전 : 오르고 싶은 산을 정하는 것


비전은 기업에서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앞으로 5년, 10년 후 미래에 우리 기업이 되고자 하는 모습 큰 목표가 비전이다. 일본 1위 기업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비전을 ‘오르고 싶은 산을 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기업이 경영이라는 산을 오르는데 ‘오르고 싶은 산’을 정하지 않으면 우왕좌왕, 안절부절 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산을 오르기 시작하더라도 조금만 힘든 코스가 나오면 포기하게 된다. 비전은 기업이 설정한 기간의 끝 그림을 정하는 일이다. 끝 그림을 정하지 않으면 직원들에게서 최선을 다하는 열정을 기대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사람들 간에 서로 다른 끝 그림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노력에 비해 성과가 작아 결국 역량을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비전은 어떤 형태의 조직이든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비교적 명확하게 세우는 1년 단위의 경영목표는 문제가 있다. 많은 기업이 한해 한해 목표를 달성하거나 조금 미달하는 수준인데 어느 순간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지나온 5년, 10년 전을 돌아보라.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기업이 스스로 큰 목표(비전)을 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상하동욕자승

《손자병법》에 전쟁에서 승리하는 비결인 ‘상하동욕자승(上下欲者勝)’이란 말이 나온다. <모공편>에 나오는 말로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같은 것을 바라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윗사람과 아랫사람은 경영자와 직원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같은 것을 바란다는 것은 목표를 일치시킨다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비전을 수립하는 이유가 바로 '상하동욕자승'이다. 그런데 전 직원이 토론을 통해 비전을 만들었는데 즉, ‘상하동욕자승’ 했는데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상하上下 ’(위아래)와 ‘자승者勝’(승리한다)는 대상과 결과니까 열외로 놓고 중요한 것은 ‘동욕’ 즉, '같은 것을 바라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비전을 세울 때, 대부분 기업이 '사업적으로 성취할 것', '세상에 기여할 것' 만을 정한다. ‘글로벌 No.1’, ‘일등’, ‘매출 얼마’,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과 같은 비전 만을 세운다. '직원들이 원하는 직장의 미래상'으로서의 비전이 빠졌다. 동욕은 동욕이되 반쪽 짜리 동욕이다. 현대 기업 경영의 목표는 ‘성과창출’과 ‘직원행복’ 투트랙이다. ‘성과창출’과 ‘직원행복’이 서로에게 종속되는 원트랙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추구해야 할 경영이 도달해야 할 두 가지 목표라는 얘기다. 많은 기업 비전이 ‘직원행복’이라는 ‘직원들이 원하는 직장의 미래상’이 없으니 ‘동욕’이 안 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비전 수립을 하는 조직은 사업적으로 성취할 것과 함께 직원들이 원하는 직장의 미래상을 비전에 포함시키고 있다.

 

개인의 비전은 있는데 회사의 비전이 없으면 직원들은 실패한다

여기서 하나 더 들어가 보겠다. 직원들은 누구나 앞으로 개인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행복과 성공에 대한 욕구다. 이를 위해 개인의 삶에서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이루고 싶은 것들이 있다. 처음에 소개한 직원처럼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사람, 전세살이 끝내고 자기 집을 장만하고 싶은 사람, 집사면서 생긴 부채를 다 갚거나 반절이라고 갚고 싶은 사람이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직원들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고 아직 아이가 없는 직원은 애를 낳고 싶다. 지금 당장은 월급 받아 생활비하고 대출금 갚기에 급급하지만 앞으로 5년, 10년 후 미래에는 지금보다 나아지고 발전하기를 바란다. 만에 몇 년 후 지금 받는 급여의 두 배를 받을 수 있다면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 배! 기업 매출이든, 연봉이든 두 배가 되려면 매년 15%씩 5년 꾸준히 성장하면 두 배가 된다. 두 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원들이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기업이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저성장, 초경쟁 상황에서 기업은 보수적인 목표와 비용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도 보수적인 목표과 비용절감이고 내년도 마찬가지, 후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5년이면 기업은 상당히 정체되고 만다. 이제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5년의 시간에 도달했다고 가정하자. 회사는 매년 2~3% 정도 조금 성장했다. 당연히 급여도 조금 밖에 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이 원하는 해외여행, 결혼, 출산, 집구매를 하는 방법은 빚을 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개인이 오르고 싶은 산을 정했는데 막상 올라갈 때가 되니 현실은 빚을 내는 것 외에 오를 방법이 없게 되는 불행한 상황을 맞게 된다. 기업 비전은 이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기업의 비전이다.


비전 내재화 : 비전 시점에 개인이 이루고 싶은 것이 믿어지는 것

결국 비전은 기업과 직원이 함께 '오르고 싶은 산'을 정하는 일이다. '오를 것 같은 산'이 아니라 간절히 원하는 '오르고 싶은 산'이다. 비전은 '대충 될 것 같은 것'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력투구하여 되고 싶은 것'을 정하는 것이다. 직원에게 돌아오는 것도 없는 주주와 경영자 만을 위한 비전에 직원들은 전력투구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전력투구할 생각이 들지 않는 비전은 '나쁜 비전'이다. 기업과 직원이 의미 있게 성장 발전하여 모두가 성공하는 것이  '좋은 비전'이다.


기업이 비전을 만들고 나면 직원들이 비전 달성을 믿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직원들이 비전 달성을 믿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직원들이 비전 달성을 믿는 것은 기업의 비전이 달성 시점에 직원 자신이 생각한 개인의 목표가 달성될 것을 믿는 것이다. 이것이 비전의 작동원리다. 그래서 기업은 직원들에게 앞으로 미래 어느 시기에 무엇이 될 것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직원들이 그 시기에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만들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이 비전을 세우지 않으면 직원들도 제대로 된 개인의 비전을 세울 수 없다. 


시켜야지만 일하고 시키는 데로만 일하는 직원에게 기대할 게 없듯이 조직 내 단위 조직도 마찬가지다. 짧은 기간의 목표를 세우는 것은 일일이 일을 지시하고 시키는 것과 같다. 직원이나 단위 조직이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이다. 방향이 설정되지 않았는데 자기 맘대로 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큰 목표와 방향이 있으면 그 범위에서 직원과 단위 조직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너무 먼 방향과 너무 큰 목표로 비전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그랜드 비전으로 두고 5년, 10년 단위 비전을 세워라. 2017년 상반기라면 비전 2020, 하반기부터는 비전 2022가 좋을 것이다. 


글. 정진호소장(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


※ 이 글은 필자가 2017년 1월 8일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  HR인사이트 2017년 2월호에도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