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활동이란?

앞으로 기업이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ESG 활동은 사회적 책임 활동이다. 오해를 해소할 부분이 있다. 사회적 책임 활동은 사회봉사와 같은 사회공헌 활동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이 비즈니스와 관계없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선적 책임을 하는 것이다. ESG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이 부분이 포함되는 것은 맞지만 비중은 높지 않다. 사회적 책임 활동은 크게 두 영역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에 대한 영역인 커뮤니티(Community)에 대한 책임 활동과 내부 구성원(Employee)에 대한 책임 활동으로 구분된다. 이해관계자는 주주,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인류 등 영역이 방대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자선적 책임 영역인 사회공헌 활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재 대부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사회공헌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사회적 책임 활동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을 포괄하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법적, 경제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과 함께 내부 구성원에 대한 투자와 성장 지원 영역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 구성원에 대한 투자와 성장 지원은 앞으로 사회적 책임 활동의 중요한 관리 요소가 될 것이다.

사회적 책임 활동과 경영성과의 관계

사회적 책임 활동을 잘하는 기업은 매출, 이익 등 재무적 성과가 좋을 것이며, 기업의 외부적 평판, 고객 만족도, 구성원 만족도 등 비재무적 성과도 좋을 것이다. 많은 연구에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잘하는 기업의 구성원들은 자기 회사의 경영성과도 좋을 것이라고 응답하고 있다. 단, 사회적 책임 활동을 사회봉사 등 자선적 책임으로 한정하지 않을 때 말이다. ESG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2008년부터 2011년까지 ESG 평가정보를 활용하여 ESG 평가 등급이 높은 기업군과 낮은 기업군을 비교한 결과 높은 기업군의 재무적 성과가 높았다. 사회적 책임 활동은 총자산순이익률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다른 연구에서는 사회적 책임 활동이 미래 재무적 성과를 향상 시키지 않으며 오히려 기업이 더 강력한 미래 재무적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에 사회적 책임 활동 지출을 하면 재무적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이는 ESG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CSR이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찬반양론이 팽팽한 것과 유사한 결과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ESG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영역을 사회공헌 활동으로 일반화시켰을 때는 CSR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만, 구성원에 대한 투자와 성장 지원까지 확장해서 조사한 결과는 경영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책임 활동과 조직만족, 조직몰입의 관계

사회적 책임 활동은 구성원의 조직만족과 조직몰입에 도움을 준다. 조직만족이란 구성원이 조직에 대해 가지는 긍정적인 느낌과 감정을 말한다. 조직몰입은 구성원이 조직과 조직의 목표에 헌신하는 정도를 말한다. 기업에 있는 다수의 직원이 조직만족과 조직몰입이 높다면 기업은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직원에 대한 복지가 가장 좋은 회사를 꼽는다면 단연 성능 모니터링 IT 기업 제니퍼소프트다. 하루 7시간 근무, 출퇴근 교통비 지원, 휴대폰 비용 전액 지원, 특급호텔 요리사가 제공하는 식사, 회사 내에 수영장 등 탁월한 복지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단지 복지만 좋은 회사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대면 환경에서 이들은 수평적인 건강한 조직문화 만들기에 노력했다. 이 회사가 표방하는 일하는 방식은 직원 간에 서로의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들의 조직문화는 “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 조화롭게”이다. 이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 회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조직에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은 예상이 된다. 회사가 직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헌신하는 만큼 직원도 업무에 몰입하여 조직에 헌신할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소재하고 있지만 최고의 인재들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고 있고 이직률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사회적 책임 활동이 조직만족과 조직몰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반대의 경우는 차고 넘친다. 구성원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내몰리고 기본적인 복지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직원들이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않고 떠나고 신규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도 지방 제조기업은 물론, 수도권에 소재하는 서비스업종의 기업조차도 직원들을 뽑기 어렵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계속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너무나 열악한 기업 환경과 직원에 대한 인색한 투자와 관련이 있다. 나쁜 조직문화, 열악한 복지, 열악한 리더십 등을 경험한 젊은 세대는 가차 없이 회사를 떠난다. 잡플래닛 등 취업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기업 평점은 사내 문화, 일과 삶의 균형이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 직원에게 투자하지 않고 성장을 지원하지 않는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조직만족과 조직몰입이 떨어지게 된다.

사회적 책임 활동과 구성원 간의 지지, 연대, 협력의 관계

사회적 책임 활동은 구성원 간의 지지, 연대, 협력에 도움을 준다. 기업에는 구성원에게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행동이 있다. 근태 준수, 보안 유지, 물품 절약 등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 문제는 기업에서 구성원의 활동이 의무사항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무적으로 요구되는 행동은 아니지만, 자발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자유의지에 의해 조직에서 공식적인 보상이 없이도 구성원이 조직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하는 일련의 행동이 있다. 구성원 간에 지지, 연대, 협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구성원 간의 지지, 연대, 협력은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이라고 표현하는 개념으로 동료를 돕고 조직의 발전이나 조직 이미지 향상을 위해 행하는 모든 행동이다.

세계적인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회사인 미국의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VTO(Volunteer Time Off)라는 사회공헌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정규직 직원은 연간 최대 7일의 VTO를 받을 수 있다. 계약직 직원도 근무 시간에 따라 비례 배분된 VTO를 받는다. 이 회사는 봉사활동을 정규 업무시간에 하도록 제도화한 회사이다. 이 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111이라고 표현하는데 제품의 1%, 자산의 1%, 직원 업무시간의 1%를 지역사회와 자선 활동에 사용한다는 의미다. 직원들은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을 유급휴가로 지원받고 있어 자발적인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IT 선도기업으로 경영성과도 높지만,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큰 회사다. 일할 때는 일에 몰입하고 봉사활동을 할 때는 피해의식 없이 봉사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사회적 평판이 좋은 기업 직원은 일반적으로 동기부여와 직무몰입이 높은 특징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구성원에게 자기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신념을 형성하게 한다. 기업과 구성원의 가치와 신념이 일치하게 되면 구성원들은 회사의 목표 달성을 위해 자기의 의무를 완수하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결속을 증가시킨다. 결국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 동료에 대해 지지하고 연대하고 협력하려는 의지가 강해지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 활동에서 구성원에 대한 투자와 성장 지원은 기업생존의 문제이다.

ESG를 선도적으로 주창하는 경영자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 핑크(Larry Fink) 이다. 그는 2022년 1월 블랙록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 CEO에게 연례서한을 발송했다.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기업이 변화하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직원의 이해와 요구 등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기업은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며, 직원들의 높은 퇴사율은 기업의 운영비용을 증가시키고 생산성을 낮추게 되고 결국은 기업이 축적한 사업 노하우와 기업의 조직문화를 약화시킨다.” 2020-21년 연례서한에서는 기업의 환경적 책임 활동을 강조하였다면, 2022년 연례서한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조한 것인데 그 핵심 내용이 구성원에 대한 투자와 성장 지원이었다는 사실은 시사점이 크다. 국내 기업도 

글. 정진호 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장 / 경영학박사(ESG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