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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변화추진 조직(변화관리자)는 무급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10만 양병설이다_2021.05.17. 블로그

더밸류즈 2022.09.03 10:22

1. 변해 버린 변화관리자

A 기업 조직문화 활동의 핵심 실무자를 만났었다. 2015년 비전 수립 프로젝트를 할 때 품질팀 직원대표였고 이후 구성된 비전 달성 위원회 간사를 맡아 3년여 활동을 했던 핵심 실무자였다. 4년 정도 활동을 하다가 최근에 현업에 복귀했다고 한다. 활동 경험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경력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일을 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시간 낭비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5년 전 만났을 때 애사심과 동료애가 넘치는 엔지니어였고 직원대표 중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임했던 멤버라 현업에서 발탁하여 조직문화 변화추진 조직을 맡았던 사람이 할 얘기라고는 상상이 안되는 말이었다. 종종 가치관 내재화, 일하는 방식 혁신 등 기업의 조직문화 활동을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했던 직원이 싸늘한 태도로 변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당사자가 이런 상황이 되는 것은 이 활동이 즐겁지도 않고 보람도 없고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도 않으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부담이 올 때 생기는 현상이다.

2. 10만 양병설이다

가치관 내재화, 일하는 방식 혁신 등 조직문화 변화 노력을 기울일 때 조직문화 변화추진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명칭이 Change Agent(약어, CA)라고 표현되는 변화관리자다. 드라이한 표현이어서 인지 회사별로는 주니어보드, 밸류에이전트, 서포터즈, 특공대, 청년임원, 직원대표 등 다양한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변화관리자를 운영하는 대부분 조직이 이들의 역할과 운영에 대한 고민이 있다. 운영 방식에 대한 논의 전에 이런 활동을 왜 하는지 목적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조직문화를 만들려면 의식화, 조직화, 제도화가 필요하다. 의식화는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 활동이며 조직화는 핵심역량을 확보하는 활동이다. 제도화는 제도와 정책에 반영하여 기업 운영원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부족한 것을 꼽는다면 '조직화'이다. 조직화는 리더그룹과 일반 직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리더그룹은 경영진, 임원, 팀장 등 공식조직의 직책자들에 대한 것이고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것이 변화관리자다. 아주 쉽게 표현하면 조선시대 율곡 이이 선생의 '10만 양병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조직화된 핵심역량을 준비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변화관리자의 기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직원들의 생각을 회사에 전달하고, 회사의 생각을 직원들에게 전파하는 활동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생길 것이다. 이 활동 또한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한 활동이다. 문제는 회사의 생각을 전파하고 직원의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에 집중하여 이들을 활용하려고만 하는데 문제가 있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3. 무급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앞에 사례로 든 직원의 경우, 의욕적으로 변화관리자 활동을 했는데 이후 활동은 의무감에 의해 부담이 커져 실망을 넘어 좌절로 바뀐 케이스다. 회사는 이 직원에게 많은 활동과 성과를 요구했고 직원들은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회사와 직원들이 딱히 잘못한 것도 없다. 회사는 역할을 맡겼으니 성과를 요구하는 것이고 직원들은 현업이 바쁘기 때문에 요구가 부담되고 따르기가 어려웠다. 이 직원이 일을 기획할수록 본인은 부담을 지고 직원들은 피곤함을 느끼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상황인 것은 아니었다. 5년 전 처음 만들어진 변화추진 조직의 변화관리자들은 처음 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 리더와 조직의 기대에 대한 자부심, 일의 의미, 일을 통한 성장 등 상당히 좋은 환경에 있었다. 그러나 해가 거듭할수록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고 1년 단위로 임기가 바뀌다 보니 새로운 멤버들의 상태가 달랐고 이 직원은 실무를 책임지는 간사로서 부담이 점점 더 커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이 회사의 변화관리자들도 그대로 겪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대부분 변화관리자들이 이 일을 의무감과 부담감으로 대하고 있었다. 200명 조직에 매년 20명을 선발하여 5년여를 운영하다 보니 초기 핵심인재들로 구성된 것과 달리 평범한 직원들로 구성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5년여에 걸쳐 제도화된 많은 프로그램이 있어 그것을 실행하는 역할이 주가 되었다. 의미도 모른 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상황으로 유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즐겁지도 않고 의미도 모르겠고 성장에 도움도 안 되지만 억지로 변화관리자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욕을 먹지 않으려고(정서적 압박감), 어떤 사람은 회사에서 잘리지 않으려고(경제적 압박감), 어떤 사람은 원래 회사는 이런 일을 억지로라도 해야 하니까(타성)와 같은 이유로 이 일을 하는 상태가 되었다. 많은 기업에서 변화관리자를 운영하고 있는데 성공적이지 못하다. 원인은 회사가 변화관리자를 조직화 과제로 보지 않는 데 있다고 본다. 조직화 과제로 보지 않으니 거칠게 표현해서 무급 자원봉사자처럼 부려먹는 양상이 된다. 특히 지속적으로 운영하여 연차가 오래된 상황일수록 문제가 더 커지고 있다.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다."라는 표현이 이 현상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조직이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물론 변화관리자를 폐지하면 이런 일을 겪지 않을 것이다(ㅠㅠ)

4. 무급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10만 양병설이다

변화관리자는 무급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10만 양병설이다.

변화관리자들과 워크숍을 통해 3가지 질문에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보자.

"당신은 이 일에 즐거움을 느낍니까?"

'당신은 이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이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까?"

세 가지 질문에 멤버들이 "그렇다"라고 대답하지 않는다면 변화관리자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토론을 통해 과제와 계획을 세워 실행하자.

"어떻게 하면 이 일이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일을 하며 의미를 느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까?"

5. 조직화가 조직문화를 발전시킨다

조직문화 활동을 교육과 캠페인을 통한 의식화에만 집중하면 변화가 쉽지 않다. "맨날 그 소리"라는 얘기를 듣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사라진다. 제도화에만 집중하면 조직문화는 또 하나의 제도로만 남게 된다. 의식화와 제도화가 제대로 성과로 이어지려면 조직화를 해야 한다. 리더들에 대한 조직화는 필요조건이라면 일반 직원들에 대한 변화관리자는 충분조건이다.

다시 한번 결론이다. 조직문화 변화관리자는 무급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10만 양병설이다.

글. 정진호소장(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


※ 이 글은 필자가 2021년 5월 17일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