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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복지제도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관점에서 개선 필요_2021.10.25. 블로그

더밸류즈 2022.09.03 10:24

글로벌 중견기업의 베트남인, 중국인, 한국인 관리자들과 합동 워크숍을 했었다. 어떤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방향성을 토론했다. 결론은 같았다. ‘일 잘하는 즐거운 일터’였다. 국적, 나이, 성별 등 차이가 있었지만 지향점은 같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즐거운 일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복지가 제공되었으면 하는지를 토론했다. 베트남 직원들은 ‘집에서 음식을 가져와서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인 직원들은 ‘회사에서 비용을 지원하여 야유회나 여행을 가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에 한국인 직원들은 ‘업무 시간 외에 연락하지 않고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즐거운 일터’라는 지향점은 같아 보였지만 그 내용은 달랐다. 3개국을 비교하면 베트남은 한국의 1970~80년대, 중국은 1990년~2000년대 초반의 경제적 수준이다. 편의상 후진국(비하하는 표현이 아님), 중진국, 선진국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사람들의 사회 경제적 생활 수준에 따라 복지에 대한 요구 사항과 수준은 차이가 있다. 우리 기업에는 젊은 시절 후진국 시대를 살았던 5~60대, 중진국 시대를 살았던 40대, 선진국 시대를 살고 있는 2~30대가 공존하고 있다. 시대와 환경, 개인의 경험에 따라 원하는 복지의 내용은 다르다.


시대 및 환경변화에 따른 국내기업 복지제도 변화와 특징


기업 복지제도는 노무관리 관점에서 복리후생제도(Employee Welfare and Service)라고 부른다. 복리후생제도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조직과 업무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서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복리후생제도의 출발은 경영자의 온정적 태도와 좋은 성향에 의해 시혜적으로 제공되었다. 좋은 회사가 되려면 좋은 사장이 필요했다. 복리후생제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중화되면서 법적, 권리적 성격으로 바뀌어 회사가 제공하는 복지라는 의미에서 기업 복지제도라고 불리게 되었다. 복지제도는 돈이든 시간이든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지불된다. 하지만 복지제도와 경영성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학문적으로 실증된 바 없다. 일반적으로 경영성과가 좋은 기업이 복지제도가 좋긴 하지만 복지제도가 좋다고 하여 기업의 경영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복지제도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더라도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바람직한 행동을 해야 경영성과에 도움을 주므로 복지를 통해 경영성과를 직접적으로 내게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복지제도는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통해 업무 몰입에 도움을 주는 효과와 함께 법적, 권리적 측면에서 당연히 제공되어야 한다. 급여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업무 몰입에 도움을 준다. 급여와 복지의 차이는 부정기성이다. 급여는 정기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복지는 일시적 또는 부정기적이기 때문에 급여에 비해 비용 부담이 덜하다. 비용은 적게 들고 효과는 비슷하기 때문에 복지는 기업 경영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잘 활용되어야 한다.


기업 복지제도는 시대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배고플 때는 풍요로움이 중요하지만 배부를 때는 질을 따지고 질이 받쳐주면 만족도를 원하게 된다. 사람들이 사는 환경도 바뀌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0년 말 기준 세대별 주민등록 통계를 보면 1인 가구가 906만 3,362 세대로 39.2%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가구 형태다. 후진국 시대 가장 많은 가구 형태인 4인 가구는 20.0% 비중으로 3위이고 중진국 시대 가장 많은 가구 형태인 3인 가구는 17.4%인 4위이다. 일반적으로 부부만 사는 2인 가구가 23.4%로 두 번째로 많다. 요즘 기업 내부적으로 관심 있는 이슈인 MZ세대의 비중도 회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6~70%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복지제도도 이런 시대와 환경 변화를 반영하여야 한다. 다양성(Diversity), 공정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은 시대가 요구하는 핵심가치이며 복지제도에도 이런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다양성(Diversity)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명절 때 직원들을 위해 선물을 준다. 어느 경영자는 명절을 맞는 직원들이 퇴근할 때 회사 문 앞에서 직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다. 그는 직원들이 손에 선물을 들고 회사를 나서는 모습이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웬걸 직원들 특히 젊은 직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직원들은 무겁고 큰 물건을 들고 가는 게 불편하다. 직원들의 건의를 반영하여 집으로 택배 발송했고 얼마 전부터는 상품권을 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복지제도의 종류는 자기계발, 문화생활, 건강관리, 가정지원, 여행, 쇼핑 등 경제적 이익을 주는 다양한 복리후생 영역이 있다. 돈이나 선물을 주는 것에서 휴게시설 제공, 식사나 간식 제공, 사내 카페, 자유로운 연월차 사용 등 다양화되고 있다. 직원들의 복지에 대한 관심 영역은 다양하다. 결혼 여부, 연령대, 취미나 관심사에 따라 다르다. 어떤 직원에게는 좋은 복지지만 어떤 직원에게는 활용할 수 없는 복지가 있다. 그렇다고 회사에서 직원 상황에 따른 다양한 복지를 만드는 것은 실무적으로도 힘들지만, 직원들도 복잡한 복지제도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선택적 복지제도이다. 복지서비스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포인트 제도를 말한다. 전문기업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발굴하여 적용하고 직원들은 자기에게 맞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기업에는 일반화된 제도이고 이제는 중소기업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복지포인트 금액을 노사협의 사항에 포함되고 있는 기업도 많이 있는데 이것은 복지제도를 권리적 측면으로 인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정성(Equity)


기업이 복지제도를 손보는 경우 가장 먼저 타깃이 되는 항목이 금액 부담이 크거나 소수가 혜택을 보는 경우다. 대표적인 복지가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제도다. 회사를 위해 오랫동안 수고한 직원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제도는 매력적이다. 통계에 의하면 대학생의 70%가 한국장학재단의 등록금 융자제도를 이용한다고 한다. 대학생 부모의 70%가 여유 자금으로 등록금을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회사에서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을 복지제도로 지원하는 것은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삼성전자, 현대차, SKT 등 많은 대기업이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사립대 등록금이 약 718만원이므로 직원에게는 상당히 큰 혜택이다. 그런데 어느 기업 블라인드 게시판에 “자녀 등록금 지원하지 말고 직원인 내 학자금 대출을 갚아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젊은 직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의견은 특정 기업만의 이슈가 아니다. 비혼을 선택하는 사회 분위기와 자녀를 늦게 낳거나 한 명만 낳는 사회 분위기 탓에 자녀 대학 등록금 지원은 요즘 MZ세대에게는 활용할 수 없는 복지제도이기 십상이다. 중요한 사실은 MZ세대가 이 문제를 단지 불만의 차원이 아니라 불공정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다수의 MZ세대 직원에게 있어 활용할 수 없는 복지를 기성세대가 전유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 등록금 지원 제도를 없애는 경우 기성세대 직원들이 불만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부 기업은 복지포인트에서 등록금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기성세대 직원들은 상당히 불만스런 정책이라고 느끼고 있다. 이런 의견을 반영하여 일부 기업은 대학 등록금 상당 금액을 자기계발지원금으로 설정하여 대학 등록금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직원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결혼기념일 휴가를 시행하는 기업의 경우도 미혼인 직원들을 배려하여 ‘비혼의 날’을 만들어 1년에 1회 사용할 수 있게 하여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호응을 받고 있다.


포용성(Inclusion)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집에서 일하면서 개인 PC와 휴대폰을 사용하는 직원들에게 인터넷 사용료와 휴대폰 사용료를 지원하는 기업이 많다. 이제 기업의 복지제도는 경영자의 온정이나 좋은 태도에 의한 시혜적인 요소가 아니다.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법적, 권리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MZ세대이다. 기성세대가 조직우선, 공동체 지향, 집단주의와 헌신을 특징으로 한다면 MZ세대는 개인우선, 개성 지향, 공정성과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만든 조직과 업무 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몰입이 떨어질 수 있다. 기업은 이런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복지제도라는 수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 할 것이다. 방향성은 다양성(Diversity), 공정성(Equity), 포용성(Inclusion)을 복지제도에 반영하는 것이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도 ESG 경영(Environment 환경, Social 사회, Governance 지배구조)을 추구하기 때문에 Social 영역에 해당하는 직원들에 대한 혜택과 투자 부분이 강화될 것이다. 다만, 복지제도는 급여만큼 큰 비용이 소요되지는 않지만 비용 지출이 있는 만큼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전통적 관점을 가진 경영자와 현대적 관점을 가진 경영자에 따라 기업의 적용 양상은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다. 복지제도가 약한 기업의 경우 낮은 만족도, 약한 몰입, 이직률 증가, 저조한 경영성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복지가 좋은 기업을 꼽으라면 넷플릭스다. 금액 제한이나 간섭이나 감사가 없는 법인카드 사용이나 한 달 이상의 자유로운 휴가를 쓸 수 있다. 다양하고 파격적인 복지제도를 가진 넷플릭스가 말하는 가장 좋은 복지는 ‘탁월한 역량을 갖춘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가장 좋은 복지는 ‘좋은 동료’와 일하는 것이다. 나쁜 동료와 일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높이고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지제도를 돈을 주고 시간 여유를 주는 것으로만 협소하게 보면 안된다.


요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양극화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모든 기준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정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무시간, 근무환경, 급여, 복지 등 여러 면에서 배제되어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450만 명이다. 복지제도가 전체 기업의 수의 1%, 직원수의 12%에 불과한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는 것은 안타깝다. 대기업은 직원들의 놀이터, 직원들의 천국이 되고 대다수 기업은 직원들의 감옥, 직원들의 지옥이 되는 양극화는 곤란하다. 복지제도를 개별 기업 차원에 맡기지 않고 전체 노동자 모두가 차별 없이 법적, 권리적으로 누릴 수 있는 보편적인 복지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글.정진호소장(더밸류즈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


※ 이 글은 필자가 2021년 10월 15일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