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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복 시대의 바람직한 회식문화_2022.06.19. 블로그

더밸류즈 2022.09.03 10:45

일상회복 시대, 직장인이 원하는 변화

“일상회복이 되면 우리 회사에 어떤 변화가 있으면 좋겠나?” 컨설팅을 진행하는 기업 직원들과 조직문화 워크숍에서 가볍게 다룬 주제였다. 직원들이 기대하는 변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서로 다른 업무를 하는 8개 팀의 결과가 같았다. ‘회식금지’ “2년 이상 회식이 없었지만 특별히 불편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불과 1주 전에 2개 기업의 회식에 참여했었는데 직원들이 즐겁게 참여한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두 기업 모두 코로나19 이후 처음 있는 회식이었다. 한 회사는 워크숍 중간의 점심시간 1시간 30분 여유 있는 회식이었고, 다른 회사는 워크숍 종료 후 저녁시간 소고기 회식이었다. 두 회사 모두 사전에 워크숍 공지와 함께 회식도 공지가 되어 있었다. 일상회복 이후 회사에 기대하는 변화에 대한 개방적인 주제에 대해 모두가 ‘회식’을 언급한 것이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일상회복 시대, 직장인이 원하는 회식문화

앞서 언급한 ‘회식금지’라는 말에 강렬한 느낌을 받아 여러 회사의 조직문화 워크숍에서 ‘바람직한 회식문화’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었다. 국내 최고 기업의 핵심인재들, 일반적인 제조업 직원들, 성장기업의 리더들, 병원의 부서장들은 물론, 여러 국책 연구소 최고 리더들과 전국 초중고 교장들과도 이 주제를 토론했다. 몇 가지 가정을 했다. “일반 직원과 리더들은 다를 것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다를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다를 것이다.”, “기업과 공무원은 다를 것이다.” 몇 가지 가정을 했는데 결론은 업종, 규모, 직책, 부문이 다르지 않았다. 모든 단위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1) 점심회식을 권장한다 2) 자율적으로 참석한다 3)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4) 직책자는 일찍 일어난다 5) 사전에 공지한다. 토론에 참석한 사람들 대부분 의견은 이전의 회식문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 가장 부정적인 부분은 ‘개인을 존중하지 않고 업무와 구분이 안되는 강제적인 참여’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회식문화

회식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음식을 먹는 행위 또는 모임’이다. 군대회식, 교회회식, 동아리회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회식’은 ‘회사회식’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된다. 회사의 회식이 다른 회식과 구분되는 특징은 세 가지다. 1) 회사가 비용을 제공한다 2) 강제성을 띤다 3) 인포멀한(informal, 비공식적) 업무 성격이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의 회식문화는 어떨까? 먼저 미국은 저녁 회식의 개념이 없다. 점심시간을 길게 이용하여 함께 식사를 하거나 간단히 와인을 마시는 회식이 있다. 유럽은 회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유럽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이다. 업무시간에 지시받고 통제받으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의 시간을 통제하거나 당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업무 외 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회사가 비용을 제공하고 의무적으로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이상한 개념이다. 캐나다의 경우는 차담이나 와인 한잔 정도를 마시는 회식이 있는데 오후 4시 즘 시작하여 업무시간 내에 마무리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경우 업무시간 내에 집에서 음식을 각자 가지고 와서 함께 먹는 소풍이나 야유회 개념이다. 업무 마치고 저녁시간에 회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고 본다. 중국은 우리나라같이 업무 끝나고 저녁시간에 회사가 비용을 제공하고 술을 마시는 회식이 있긴 하다. 하지만, 2차, 3차로 이어지는 일은 없으며 특히 누군가 술에 취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독특한 회식문화는 어디서 온 것일까? 굳이 원천을 찾는다면 비호감 일본문화와 군대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 회식문화의 특징

왜 한국은 독특한 회식문화가 형성되었을까? 환경과 사람이 다르면 문화도 다른 법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압축성장, 군부독재와 민주화 등 다른 나라가 겪어보지 못한 독특한 역사가 조직에 투영된 면이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조직 특유의 조직문화가 형성되었다. 고맥락문화(high context culture)는 한국 기업문화의 지배적 특성이었다. 고맥락문화란 일반적인 회의, 지시, 보고, 코칭 등의 과정으로는 리더와 구성원, 구성원과 구성원이 정상적으로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포멀한(formal, 공식적) 관계에서 정보를 얻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한계와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회의, 보고, 지시, 결재, 협업 등 일상적인 일하는 방식 만으로는 개인도 조직도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리더는 회식이라는 인포멀한 자리를 활용하여 구성원에 대한 업무평가와 업무지시를 한다. 구성원은 회식 자리에서 상사와 동료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술먹기 강요, 건배사, 2-3차로 이어지는 긴 회식시간, 심한 경우 폭력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특성이 똑같지 않은데 이런 과정은 모두에게 적용되었다. 주량이 다르고, 집까지 거리가 다르고, 가족 구성원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사람들을 획일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비호감 군대문화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 회식문화의 변화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한국기업의 회식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계기가 돤 것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다. 90년대 TV 광고 카피에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주 40시간 근무가 정착되면서 회식은 불편한 자리로 인식되었다. MZ세대가 기업 구성원의 60~70% 이상을 차지하면서 ‘자유’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회식문화도 변화를 겪게 되었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2년 6개월의 변화다. 2년 6개월 동안 회식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고맥락문화에서 회식은 필요악이었는데 외부적 요인으로 불가항력이 되다 보니 조직 내부의 일하는 방식이나 관계도 변화를 겪게 되었다. 코로나 2년 6개월을 회식 없이 보내보니 회식이 없이도 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업무 중에 할 수 있거나 해야 할 일을 회식으로 풀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회식금지’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바람직한 회식문화 원칙 제안

앞으로 회식문화는 그 회사의 직원들이 선택할 문제다. 회식이 많은 회사는 직원들이 괴롭고 회식이 없어진 회사는 리더들이 괴로울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회식이 없어질 수도 있고 과거와 다른 좋은 역할을 하는 한국 고유의 회식문화가 될 수도 있다. 이왕이면 한국 고유의 특별한 회식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회사의 비용 제공, 참석 의무, 비공식적 업무라는 회식의 3가지 특성을 유지하면서 바람직한 회식문화 원칙을 제안해 본다.

첫째, 충분한 기간을 두고 사전에 공지한다. 하루 전은 안 되고 1~2주 전으로는 부족하다. 근로시간 단축 시대에 직원들의 저녁시간은 예정된 일정이 있다. 근무시간 외의 활동은 직원의 양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3주~1개월 전 공지는 필수다.

둘째, 강요식 술자리를 가지지 않는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직원에게 강요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억지스러운 건배사도 배제되는게 좋겠다.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는 술자리도 마찬가지다. 저녁 8시, 9시로 시간을 지정하여 끝내는 것이 필요하다. 의무 참석은 여기까지다.

셋째, 고급스러운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 회식 음식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많다. 삼겹살이나 치맥과 같은 특별하지 않은 음식의 회식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 회식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다. 업무시간 이후에 금전 보상 없이 진행되는 회식의 필수 원칙이다.

넷째, 업무평가, 업무지시, 업무요구를 배제해야 한다. 회식을 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 얘기하지 말자고 하면서 군대 얘기와 축구 얘기만 할 수는 없다. 업무 얘기를 비공식적 자리에서 격이 없이 풍부하게 하는 것은 좋다. 음식을 먹으면서 불쾌하거나 부담감을 갖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상사의 업무평가와 업무지시는 불가하다. 동료 간에 업무요구도 마찬가지다. 업무평가, 업무지시, 업무요구는 업무시간 내에 공식적으로 해야 한다.

다섯째, 평등한 회식 분위기를 만든다. 회식은 회사 비용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업무 외 공간에서 비공식 대화를 하는 자리다. 직책자-비직책자, 상사-부하의 공식적 관계를 유지하면 효과는 떨어진다. 회식만큼은 동료와 구성원으로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많은 조직의 다양한 사람들과 회식 토론 중에 많은 언급이 나온 것이 ‘점심회식’이었다. ‘점심회식’은 업무시간 중에 회식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식은 복지제도가 아니라 조직문화 활동이다. 조직문화는 활동은 역할이 있다. 조직몰입, 조직만족, 직무만족을 통해 경영성과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회식이 긍정적 조직문화 활동이 되기 위해서는 업무시간 중에 회식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앞으로 오후 4시에 회식을 시작하고 오후 6시 이전에 회식을 마치는 것도 적용해 보면 좋겠다.

글. 정진호 소장(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


※ 이 글은 필자가 2022년 6월 19일 블로그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