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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사직(Quite quitting) 위험평가가 필요하다

더밸류즈 2023.10.10 00:33
'조용한 사직'은 실제 직장을 그만두지는 않지만, 직장에서 최소한의 맡겨진 일 이상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을 말한다. '조용한 사직'은 2022년 7월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라는 청년이 자신의 틱톡 계정에 해시테그(#)와 함께 '#quite quitting'이라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확산된 개념이다. 그는 게시물에 '최근에 조용한 사직이라는 말을 배웠다', '일이 당신 삶의 전부가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회사에서 이룬 성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렇게 시작된 '조용한 사직'이라는 용어는 순식간에 미국, 유럽의 직장인들에게 전파되었고 호주, 뉴질랜드를 거쳐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까지 퍼지는데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직장인인 당신이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를 모른다면 어지간히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글로벌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은 전 세계 직장인을 대상으로 매년 직원몰입도(employee engagement)를 조사하는데 2021년 미국 직장인 중 업무에 몰입하는 직원을 34%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평균은 21%, 한국은 12%였다. 2022년 9월은 미국 직장인 결과만 발표했는데 미국 직장인 직원몰입도는 전년도에 비해 2% 낮아진 32%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조용한 사직' 상태인 직원을 50%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갤럽의 논리대로 하면 직원몰입도가 낮은 한국 직장인의 '조용한 사직' 상태는 50%를 크게 상회한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한국 직장인의 조용한 사직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100여 개 기업의 중견기업 이상 인사팀장들에게 자사 직원들의 '조용한 사직' 비율을 질문했다. 평균적으로 50% 정도라고 답변했다. 동일한 질문을 70여 명의 인사업무 실무자에게 질문한 결과도 50% 선이었다. 쉽게 말해 인사담당자들이 판단하는 한국 직장인 둘 중 한 명은 '조용한 사직' 상태라는 것이다.
'조용한 사직'은 직원이 최소한의 맡겨진 일 이상의 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일하는 것이다. '조용한 사직'의 양상은 3가지로 요약된다.
-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
- 정해진 시간 만큼만 일하겠다
- 정해진 범위를 벗어난 일은 하지 않겠다
​'조용한 사직'은 인사조직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현상이다. 인사조직의 조직행동론에는 '조직시민행동'이라는 개념이 있다. '조직시민행동'은 직원으로서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일과 동료와 조직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지, 연대, 협력'과 같은 개념을 말한다. 그리고 조직시민행동은 조직몰입, 조직만족, 직무몰입, 직무만족보다 직접적으로 업무성과나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연구되어 왔다. 결국 '조용한 사직'은 '조직시민행동'의 반대 자리에 있는 개념으로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조용한 사직'의 원인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 기업 환경 변화, 세대 변화 등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평가하면 '조용한 사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전제하고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회사에 처음 입사한 직원들 중에 처음부터 '조용한 사직'을 결심하는 직원들은 소수다. 면접을 통해 이런 직원들은 최대한 걸러내기 마련이다. '조용한 사직'은 회사에 입사한 후에 발생하는 후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조직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 회사가 관리해야 하는 '조용한 사직'은 조직 운영과 리더의 잘못된 행동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말한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인 절차와 방법, 관행화된 습관 등에서 잘못된 일하는 방식이 주도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개인을 억압하고 좌절하게 만든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워라밸을 추구하고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개인 입장에서 타인이 나를 지배한다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 '조용한 사직'이다.
'조용한 사직'은 자연스러운 트렌드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조용한 사직'은 조직과 개인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첫째, 성과창출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조용한 사직 상태인 직원은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낮은 성과를 창출할 것이다.
둘째, 성과창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조직문화를 만들게 된다. 직원들이 행동과 조직의 분위기가 '조용한 사직'을 방치, 촉진, 양산한다.
셋째, 개인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조용한 사직'이 당장에는 손해가 없고 지혜로와 보일 수 있지만, 업무에 몰입하지 않고 성과창출의 경험을 쌓지 못하고 나쁜 평판까지 얻는다면 개인은 성장기회를 잃는다.
'조용한 사직' 위험평가부터 시작하자. 우리 조직의 발생 빈도, 강도를 파악하고 감소대책을 만들자.

글. 정진호(더밸류즈 가치관경영연구소/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