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시작, 직원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
삼성전자는 1983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반도체인의 신조'를 만들었다. “1.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2. 큰 목표를 가져라. 3. 일에 착수하면 물고 늘어져라. 4. 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다하라. 5. 이유를 찾기 전에 자신 속의 원인을 찾아라. 6. 겸손하고 친절하게 행동하라. 7. 서적을 읽고 자료를 뒤지고 기록을 남겨라. 8. 무엇이든 숫자로 파악하라. 9. 철저하게 습득하고 지시하고 확인하라. 10. 항상 생각하고 연구해서 신념을 가져라.”이다. 이 신조는 삼성전자를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성장과 발전을 이끈 중요한 원동력이었다. 2024년 8월 현재 삼성전자는 이 신조를 새롭게 정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40여 년 만에 이루어지는 변화로서 한국 시가총액의 22%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구성원들의 행동 변화를 요구할 만큼 조직문화 혁신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 조직문화 혁신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조직문화 혁신의 핵심 성공 요인을 뽑는다면 리더의 효과성(Leader Effectiveness)이다. 2024년 6월 시카고에서 전 세계 HR 관련자들이 모인 글로벌 컨퍼런스 SHRM 24에서도 “Leadership is Everything!”(리더가 전부다)라고 말할 만큼 리더의 영향력이 지대함을 강조했다. 직원몰입의 70% 영향이 팀장에게 달려 있고, 팀장은 직원 경험과 조직문화의 90% 영향력이 있으며, 조직문화 혁신의 가장 큰 영향 요인이 팀장의 ‘롤모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조직문화 혁신에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리더의 실패가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Leader Effectiveness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의 잘 알려진 연구에 따르면, 효과적인 리더십은 조직의 몰입도를 높이고, 동기부여를 강화하며,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킨다. 반대로, 비효과적인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조직 내 불신과 불안을 초래한다. 이는 곧 직원 몰입도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우버(Uber)의 공동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은 2009년 우버를 설립하여 전 세계적으로 우버를 급성장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지만, 그의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리더십 스타일은 조직 내에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켰다. 비윤리적 문제, 불공정한 업무 환경 등으로 인해 조직 내 불만이 증폭되며 많은 비난을 받아 2017년 결국 CEO직에서 물러났다. 반면, 새로운 CEO인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는 포용적이고 투명한 리더십을 통해 조직문화를 재정립하고, 우버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 CEO에 의해 우버가 직면했던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투명성과 신뢰 구축에 주력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간단한 문구를 통해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하여 단기간에 건강한 조직문화 조성에 이바지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맥킨지(McKinsey)의 연구(다양성의 승리 : 포용의 중요성, 2020)에 따르면,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35% 더 높은 성과를 기록한다고 밝혔다. 다양성과 포용성은 리더십 스타일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으로 리더가 열린 마음과 포용력을 가지고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마존에 최고가에 매각된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의 전 CEO인 토니 셰이(Tony Hsieh, 2020년 46세로 사망)는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자포스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구축했다. 1999년 설립되어 불과 10년 만인 2009년 아마존에 12억 달러에 매각된 배경에는 구성원이 행복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높은 고객 만족도와 충성도를 만든 점에 있었다. 당시 토니 셰이의 성공 배경을 분석한 책 <아마존은 왜? 최고가에 자포스를 인수했나?>에서는 “아마존이 상상을 초월하는 당시 최고가에 자포스를 인수한 것은 ‘세계 유일의 조직문화, 고객과 강한 유대관계, 비즈니스 모델, 전설적 서비스, 리더십 등 자포스만이 가진 무형의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쓰여 있다.
탁월한 조직문화로 성과를 창출하는 리더의 역할과 행동
구글(Google)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서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있어 리더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온 회사이다. 단지 좋은 리더가 조직을 이끈다는 개념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현재의 강력한 리더십 기반을 확보했다. 2001년 디스오그 프로젝트(DisOrg Project)를 실시하여 팀장이 없는 조직을 운영해 보았다. 결과는 전문영역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롤 모델 필요, 좋은 의사결정을 해줄 수 있는 사람 필요, 동료 간의 거리를 좁혀 줄 수 있는 중재자 필요하다.”라는 결론을 얻어 더 확신 있게 팀장의 역할을 각인하게 되었다. 이어 2008년부터는 산소 프로젝트(Project Oxygen)를 시작하여 최고 팀장의 역할을 찾아냈다. 주요 목표는 탁월한 리더십 행동을 식별하고 이를 통해 리더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얻은 고성과 리더의 8가지 역할을 도출하였다. “좋은 코치가 된다, 팀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세세하게 간섭하지 않는다, 경청하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 생산적이고 결과 중심적으로 일한다, 팀원의 경력 개발을 돕는다, 명확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한다, 전문성과 직무상 스킬을 갖춘다, 팀원의 성공과 복지에 관심을 가진다.”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구글은 이러한 결론을 통해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여 적용하였다. 이후에 “여러 팀과 공동작업(협업)이 가능해야 한다, 의사결정을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가 추가되어 10개의 최고 팀장의 역할을 정립하였다. 이어 2012년부터 2015년 여름까지 4년간 구글이 수행한 최고의 팀의 성공 요인을 찾은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Project Aristotle)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인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의 특성을 분석했다. 세계 최강 조직인 구글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의 특성은 무엇일까? 180여 개 팀의 특성을 분석해서 5개의 성공 요인을 밝혀냈다. 현재 전 세계 구글은 이것이 적용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은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었다. “구성원 상호 간에 서로 상처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느냐, 그래서 두려움 없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느냐?”였다. 이것을 기반으로 신뢰성(Dependability) -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가?”, 조직 구조와 투명성(Structure & Clarity) - “구성원 각자의 역할과 계획, 목표가 분명한가?”, 일의 의미 (Meaning) - “구성원 각자가 하는 일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가?”, 일의 영향력 (Impact) - “내가 하는 일이 회사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알고 있는가?”였다. 이 프로젝트의 결론은 단순해 보이지만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매우 명료한 요인을 밝혀낸 것이다. 구글은 최고의 팀의 성공 요인을 밝혀낸 것을 바탕으로 7가지의 리더 행동원칙을 정리하여 모든 리더가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1. 리더는 구성원의 말을 도중에 끊지 말아야 한다. 2. 리더는 구성원이 발언을 끝내면 그 내용을 요약함으로써 귀담아듣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여야 한다. 3. 리더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흔쾌히 인정해야 한다. 4. 리더는 회의에서 모든 구성원에게 적어도 한 번 이상의 발언 기회를 주어야 한다. 5. 리더는 곤경에 빠진 구성원에게 좌절감을 털어놓도록 독려하고, 팀원들에게는 개인적인 비판을 삼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6. 리더는 조직 내의 갈등을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이다. 구글의 리더 행동원칙은 구글의 리더는 물론, 전 세계 리더들의 행동원칙의 교본처럼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 기업도 이 원칙을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다수의 기업이 있다. 만에 우리 기업에 리더 행동원칙이 없다면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리더에게 달렸다
현대 기업에서 리더가 처한 환경은 매우 어렵다. 경영층과 팀원들을 연결하고 그사이의 갭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많은 리더가 감정적인 고립감을 느끼면서 끊임없는 성과 압박을 받는다. 반면, 경영층은 리더들이 직원들을 대하는 데 있어서 겪는 어려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팀원들 역시 리더들이 회사로부터 짊어져야 하는 책임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이에 따라 많은 리더가 번아웃에 빠져 있다. 리더들의 번아웃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023년 SHRM